엔 캐리 트레이드 청산, 증시가 무너진 날과 무너지지 않은 날
일본은행이 금리를 올릴 때마다 증시가 무너지지는 않았습니다. 다섯 번의 인상 가운데 무너진 것은 한 번뿐입니다. 쌓인 엔화 매도 포지션과 실제로 온 엔 강세가 청산의 조건이지만, 2026년 8월 초에는 둘이 다 갖춰지고 청산도 일어났는데 2024년 같은 붕괴는 오지 않았습니다.
곳간지기16분 읽기
코스피가 크게 빠진 날이면 어김없이 엔 캐리 트레이드라는 말이 나옵니다. 2026년 들어서는 더 자주 나옵니다. 7월에 엔이 1986년 12월 이후 가장 약해졌고, 미국과 일본이 함께 엔을 사들이는 이례적인 개입까지 나왔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정작 올해 코스피가 가장 크게 무너진 두 번은 엔 캐리 트레이드 청산이 아니었습니다.
엔을 빌려서 무엇을 하는 거래인가
2024년 8월 일본의 정책금리는 0.25%였고 미국은 5.375%였습니다. 두 나라 정책금리만 놓고 보면 엔을 빌려 달러로 바꿔 굴리는 것만으로 연 5%포인트 남짓이 벌어집니다. 조달하는 통화가 엔이라서 엔 캐리 트레이드라고 부릅니다.
일본이 이 역할을 맡은 것은 금리가 오래 낮은 축에 있었기 때문입니다. 제로금리를 지나 마이너스 금리까지 갔고 그 상태가 길었습니다.
빌린 돈이 엔이라는 것이 이 거래의 급소입니다. 갚아야 할 엔의 액수는 그대로인데, 엔이 비싸지면 그 엔을 사들이는 데 드는 돈이 불어납니다. 한 해 5%포인트를 벌어도 엔이 10% 오르면 두 해치가 한 번에 날아갑니다.
그래서 이 거래에는 조건이 둘입니다. 금리차가 벌어져 있을 것, 그리고 엔이 조용할 것입니다. 두 조건이 오래 겹친 덕분에 이 거래는 세계 곳곳으로 퍼졌습니다.
되감을 때 무슨 일이 벌어지나
엔이 갑자기 오르면 계산이 뒤집힙니다. 빚을 갚는 데 드는 돈은 커지는데 앞으로 벌 차익은 줄어드니, 먼저 빠져나오는 쪽이 유리해집니다.
빠져나오려면 들어올 때의 순서를 되밟아야 합니다. 사둔 미국 국채나 주식을 팔아 달러를 만들고, 그 달러로 엔을 사서 빚을 갚습니다. 이것을 청산이라고 부릅니다.
여기서 매도가 두 번 나옵니다. 자산이 팔리고 달러가 팔립니다. 같은 계산을 한 사람이 많으면 두 매도가 같은 시각에 몰리고, 값이 밀리면 손실을 줄이려는 청산이 또 붙습니다. 일본은행이 금리를 올렸는데 한국 증시가 무너지는 경로가 이것입니다.
실제로 그런 날이 있었습니다. 2024년 7월 31일 일본은행이 정책금리를 0.25%로 올리자 엔이 급하게 강해졌습니다. 한국은행 매매기준율로 7월 31일 152.92엔이던 엔/달러는 8월 5일 146.25엔이 됐습니다. 3영업일 만에 6.67엔, 4.4%입니다.
8월 5일 하루 코스피는 2,676.19에서 2,441.55로 8.77% 내렸습니다. 코스닥은 11.30% 내렸고 두 시장에 서킷브레이커가 동시에 걸렸습니다. 같은 날 니케이는 12% 넘게 빠졌고 미국 S&P 500은 3% 내렸습니다. 이 하루를 검은 월요일이라고 부릅니다.
다만 그날을 청산 하나로 설명할 수는 없습니다. 머니투데이는 이 하루를 미국의 고용지표 쇼크와 AI(인공지능) 버블론 등 경기 둔화 우려에 더해 엔캐리 트레이드 청산이 겹치면서 (새 창에서 열림) 벌어진 일로 정리했습니다. 청산은 겹친 원인 가운데 하나였습니다.
일본은행은 다섯 번 올렸는데 무너진 것은 한 번입니다
여기까지만 보면 결론이 분명해 보입니다. 일본은행이 금리를 올리면 증시가 무너진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나머지 네 번이 그렇게 말하지 않습니다.
일본은행은 2024년 3월 마이너스 금리를 끝낸 것을 시작으로 2026년 6월까지 다섯 번 금리를 올렸습니다. 다섯 번 모두 인상을 결정한 날과 3영업일 뒤를 한국은행 자료로 계산하면 이렇습니다. 환율은 매매기준율, 주가지수는 종가입니다. 매매기준율은 아침에 고시되는 값이라 당일 칸은 발표 직전 수준이고, 3영업일 뒤 칸까지의 변화가 발표 뒤의 움직임입니다.
| 인상 결정일 | 엔/달러 (당일 → 3영업일 뒤) | 코스피 (당일 → 3영업일 뒤) |
|---|---|---|
| 2024년 3월 19일 | 149.07 → 151.67 (엔 약세) | 2,656.17 → 2,748.56 (+3.5%) |
| 2024년 7월 31일 | 152.92 → 146.25 (엔 강세) | 2,770.69 → 2,441.55 (-11.9%) |
| 2025년 1월 24일 | 156.04 → 154.99 (엔 강세) | 2,536.80 → 2,481.69 (-2.2%) |
| 2025년 12월 19일 | 155.56 → 156.15 (엔 약세) | 4,020.55 → 4,108.62 (+2.2%) |
| 2026년 6월 16일 | 160.29 → 161.32 (엔 약세) | 8,726.60 → 9,052.42 (+3.7%) |
2025년 1월 행만 설 연휴와 임시공휴일이 겹쳐 3영업일 뒤가 열하루 뒤인 2월 4일입니다. 무너진 것은 2024년 7월 31일 인상 뒤 한 번뿐입니다. 2025년 1월에는 엔이 강해졌는데도 코스피 낙폭이 2.2%에 그쳤습니다. 엔이 강해지는 것만으로 붕괴가 오지는 않는다는 뜻입니다. 왜 그랬는지는 아래에서 쌓인 포지션까지 넣어 다시 봅니다.
표가 재는 구간은 인상 직후 3영업일까지입니다. 그 뒤로는 이야기가 하나 더 있습니다. 2026년 6월에는 인상 5영업일 뒤인 23일에 코스피가 9.99% 빠졌는데, 아래에서 보듯 그날도 청산은 아니었습니다.
아래 그림에서 두 나라 금리와 그 격차가 어떻게 좁혀져 왔는지 볼 수 있습니다.
- 미국 연방기금금리
- 일본은행 정책금리
2026년 7월 · 미국 3.625% · 일본 1% · 미국이 2.63%포인트 높음
월별 수치 표로 보기
| 기준월 | 미국 | 일본 | 미국 빼기 일본 |
|---|---|---|---|
| 2021-09 | 0.125 | -0.1 | +0.23 |
| 2021-10 | 0.125 | -0.1 | +0.23 |
| 2021-11 | 0.125 | -0.1 | +0.23 |
| 2021-12 | 0.125 | -0.1 | +0.23 |
| 2022-01 | 0.125 | -0.1 | +0.23 |
| 2022-02 | 0.125 | -0.1 | +0.23 |
| 2022-03 | 0.375 | -0.1 | +0.47 |
| 2022-04 | 0.375 | -0.1 | +0.47 |
| 2022-05 | 0.875 | -0.1 | +0.97 |
| 2022-06 | 1.625 | -0.1 | +1.73 |
| 2022-07 | 2.375 | -0.1 | +2.48 |
| 2022-08 | 2.375 | -0.1 | +2.48 |
| 2022-09 | 3.125 | -0.1 | +3.23 |
| 2022-10 | 3.125 | -0.1 | +3.23 |
| 2022-11 | 3.875 | -0.1 | +3.98 |
| 2022-12 | 4.375 | -0.1 | +4.47 |
| 2023-01 | 4.375 | -0.1 | +4.47 |
| 2023-02 | 4.625 | -0.1 | +4.72 |
| 2023-03 | 4.875 | -0.1 | +4.97 |
| 2023-04 | 4.875 | -0.1 | +4.97 |
| 2023-05 | 5.125 | -0.1 | +5.22 |
| 2023-06 | 5.125 | -0.1 | +5.22 |
| 2023-07 | 5.375 | -0.1 | +5.47 |
| 2023-08 | 5.375 | -0.1 | +5.47 |
| 2023-09 | 5.375 | -0.1 | +5.47 |
| 2023-10 | 5.375 | -0.1 | +5.47 |
| 2023-11 | 5.375 | -0.1 | +5.47 |
| 2023-12 | 5.375 | -0.1 | +5.47 |
| 2024-01 | 5.375 | -0.1 | +5.47 |
| 2024-02 | 5.375 | -0.1 | +5.47 |
| 2024-03 | 5.375 | 0.05 | +5.33 |
| 2024-04 | 5.375 | 0.05 | +5.33 |
| 2024-05 | 5.375 | 0.05 | +5.33 |
| 2024-06 | 5.375 | 0.05 | +5.33 |
| 2024-07 | 5.375 | 0.05 | +5.33 |
| 2024-08 | 5.375 | 0.25 | +5.13 |
| 2024-09 | 4.875 | 0.25 | +4.63 |
| 2024-10 | 4.875 | 0.25 | +4.63 |
| 2024-11 | 4.625 | 0.25 | +4.38 |
| 2024-12 | 4.375 | 0.25 | +4.13 |
| 2025-01 | 4.375 | 0.5 | +3.88 |
| 2025-02 | 4.375 | 0.5 | +3.88 |
| 2025-03 | 4.375 | 0.5 | +3.88 |
| 2025-04 | 4.375 | 0.5 | +3.88 |
| 2025-05 | 4.375 | 0.5 | +3.88 |
| 2025-06 | 4.375 | 0.5 | +3.88 |
| 2025-07 | 4.375 | 0.5 | +3.88 |
| 2025-08 | 4.375 | 0.5 | +3.88 |
| 2025-09 | 4.125 | 0.5 | +3.63 |
| 2025-10 | 3.875 | 0.5 | +3.38 |
| 2025-11 | 3.875 | 0.5 | +3.38 |
| 2025-12 | 3.625 | 0.75 | +2.88 |
| 2026-01 | 3.625 | 0.75 | +2.88 |
| 2026-02 | 3.625 | 0.75 | +2.88 |
| 2026-03 | 3.625 | 0.75 | +2.88 |
| 2026-04 | 3.625 | 0.75 | +2.88 |
| 2026-05 | 3.625 | 0.75 | +2.88 |
| 2026-06 | 3.625 | 1 | +2.63 |
| 2026-07 | 3.625 | 1 | +2.63 |
자료: 한국은행 ECOS, 국제 주요국 중앙은행 정책금리. 표시 구간은 2021년 9월부터 2026년 7월까지이고, 미국 값은 연방기금금리 목표 범위의 중간값이고, 두 값 모두 월말 기준이라 인상을 결정한 달과 한 달 어긋날 수 있습니다.
갈린 지점은 쌓인 포지션과 엔의 방향입니다
같은 중앙은행이 같은 방향으로 움직였는데 결과가 갈렸다면 원인은 금리 바깥에 있습니다. 헤럴드경제가 2026년 8월 5일 자 기사 (새 창에서 열림)에서 든 것은 선물시장에 쌓인 포지션이었습니다.
기사에 따르면 2024년 7월 2일 기준 비상업용(투기 성격의 자금) 엔화 순매도 포지션은 2조3000억엔이었습니다. 엔이 계속 약해진다는 쪽에 돈이 한쪽으로 몰려 있었다는 뜻입니다. 그 상태에서 예상보다 이른 인상이 나오자 포지션이 한꺼번에 되감겼고, 검은 월요일 직후인 8월 6일 보고에서는 순매도가 1400억엔 남짓까지 줄었습니다(상품선물거래위원회 원자료로 1만1354계약. 이 시장의 엔 선물 1계약은 1250만엔이라 계약 수에 곱하면 엔 금액이 됩니다).
2025년 12월은 사정이 반대였습니다. 2025년 들어 포지션은 순매수 쪽으로 돌아서 있었고, 같은 기사는 3월 4일 기준 순포지션이 1조7000억엔 규모의 순매수였다고 적었습니다. 원자료로 보면 인상 직전 보고가 순매도 2942계약, 직후 보고가 순매수 1223계약으로 사실상 0이었습니다. 되감을 것이 애초에 없었습니다.
그런데 포지션 하나로는 2026년 6월이 설명되지 않습니다. 이때는 되감을 것이 없기는커녕 두툼하게 쌓여 있었습니다. 같은 기사는 6월 16일에는 26만 계약을 넘어서며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는데, 공교롭게도 이날은 일본은행이 정책금리를 인상한 바로 그날이었다 (새 창에서 열림)고 적었습니다.
여기서 자가 둘이라 조심해야 합니다. 26만은 매도 계약을 모두 더한 수이고, 앞서 나온 2조3000억엔은 매수를 상계하고 남은 순매도입니다. 미국 상품선물거래위원회 원자료 (새 창에서 열림)로 같은 자를 대보면, 매도 계약은 2026년 6월 16일 26만7507계약으로 1986년 이후 가장 많았지만, 순매도는 15만132계약으로 2024년 7월 2일의 18만4223계약보다 오히려 적었습니다. 어느 쪽으로 재든 되감을 것이 두껍게 쌓여 있었다는 사실은 같습니다.
빠진 것은 같은 기사 (새 창에서 열림)가 교훈으로 적은 문장 안에 있습니다. 청산이 충격을 주는 것은 엔이 강세로 돌아서서가 아니라 "시장이 그 강세를 전혀 예상하지 못한 상태에서 대규모 숏이 쌓여 있었기 때문"이라는 대목입니다. 숏(엔화 매도 포지션)이 두껍게 쌓였다는 것 자체가 시장이 엔 강세를 예상하지 않았다는 표시입니다. 그러니 쌓인 숏은 도화선이고, 불을 붙이는 것은 실제로 오는 엔 강세입니다. 다만 이 둘이 말해주는 것은 청산이 시작되느냐까지입니다. 시작된 청산이 증시를 어디까지 끌어내리는지는 별개 문제라, 아래에서 다시 봅니다.
2026년 6월에는 불이 붙지 않았습니다. 위 표에서 보듯 인상 당일 엔은 160.29엔에서 3영업일 뒤 161.32엔으로 오히려 약해졌습니다. 되감을 것이 아무리 많아도 되감아야 할 이유가 생기지 않으면 청산은 시작되지 않습니다.
표의 나머지 두 번도 같은 틀로 읽힙니다. 원자료로 보면 2024년 3월은 인상 당일 보고 기준 순매도가 11만6012계약, 그해 7월 정점의 6할이 이미 쌓여 있었지만 엔이 약세로 가서 불이 붙지 않은 경우입니다. 2025년 1월은 반대로 엔이 강해졌는데도 인상 직전 보고의 순매도가 1만4673계약, 정점의 1할이 못 되는 얇은 상태였습니다. 도화선 자체가 가늘었던 셈이라 코스피 낙폭이 2.2%에 그친 것과 아귀가 맞습니다.
이 설명이 중요한 이유는 관측할 수 있는 대상을 바꿔놓기 때문입니다. 일본은행의 다음 결정은 알 수 없지만, 포지션이 한쪽으로 쏠려 있는지는 미국 상품선물거래위원회가 매주 내는 투자자별 포지션 보고서로 확인됩니다. 같은 기사는 2026년 7월 28일 기준 순매도가 2조엔을 넘어섰다고 전했습니다. 2025년 거의 내내 순매수였던 것을 생각하면 도화선이 다시 놓인 셈인데, 그 뒤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는 아래에서 따로 봅니다.
금리차는 절반 가까이 줄었는데 엔은 1986년 12월 이후 가장 약합니다
통념대로라면 지금쯤 엔은 강해져 있어야 합니다. 미국과 일본의 정책금리 격차는 2024년 8월 5.13%포인트에서 2026년 7월 2.63%포인트로 줄었습니다. 2년 만에 절반 가까이입니다. 조달 비용이 비싸지고 투자 수익이 줄었으니 엔을 빌릴 이유가 그만큼 작아졌습니다. 그런데도 앞서 본 대로 엔 약세 베팅의 매도 계약은 2026년 6월에 자료가 시작된 1986년 이후 가장 많았습니다.
엔값도 통념과 정반대로 갔습니다. 한국은행 매매기준율로 엔/달러는 2026년 7월 29일 163.86엔까지 올랐습니다. 1977년 4월부터의 일별 자료를 전부 뒤져보면 이보다 엔이 약했던 마지막 날은 1986년 12월 17일입니다. 39년 7개월 만입니다.
여기까지 오자 두 나라 정부가 움직였습니다. 미국과 일본은 2026년 7월 31일 함께 엔을 사들이는 외환시장 개입에 나섰습니다. 헤럴드경제 8월 11일 자 기사 (새 창에서 열림)가 개입일을 그날로 못 박았고, 가타야마 사쓰키 일본 재무상은 담화에서 엔화의 과도한 변동에 대처했으며 추가 공동 개입도 주저하지 않겠다고 밝혔습니다 (새 창에서 열림). 두 나라가 엔 약세를 막으려 공동으로 엔을 산 것은 1998년 아시아 금융위기 이후 28년 만입니다.
개입 당일 엔/달러는 163.32엔에서 159.75엔으로 3.57엔 내렸고 8월 4일에는 157.33엔까지 갔습니다. 그러나 8월 11일 다시 159.28엔으로 되밀렸고 이후로도 159엔대에 머물렀습니다. 개입 전인 163엔대까지 돌아가지는 않았지만 흐름은 도로 약세 쪽이었고, 머니투데이는 8월 18일 엔화 약세 흐름이 개선되지 않고 있다 (새 창에서 열림)고 전했습니다.
효과가 짧았던 이유로는 공조의 범위가 꼽힙니다. 헤럴드경제 8월 11일 자 기사 (새 창에서 열림)에 따르면 미국은 유로를 팔아 엔을 사면서 유럽중앙은행에 사전 협의도 통보도 하지 않았고, 주요국이 한목소리를 낸다는 신호가 되지 못한 것이 시장에서 실패의 원인으로 꼽혔습니다.
개입이 있던 7월 31일, 일본은행은 금리를 움직이지 않았습니다. 머니투데이 보도 (새 창에서 열림)로는 정책위원 9명 가운데 8명이 동결에 찬성했고 1명만 0.25%포인트 인상을 지지했습니다. 정부는 엔을 사들이는데 중앙은행은 그대로였던 셈입니다. 헤럴드경제 8월 16일 자 기사 (새 창에서 열림)는 이를 두고 절호의 기회를 놓쳤다는 지적이 나온다고 전했습니다. 같은 기사는 베선트 미 재무장관이 엔 약세를 풀려면 일본은행의 긴축이 중요하다고 보는 반면, 다카이치 사나에 총리는 인상을 서두르면 경기 회복이 꺾인다고 본다며 두 쪽의 시각차도 함께 전했습니다.
금리로 환율을 설명하는 공식이 자주 어긋난다는 것은 이 블로그에서 이미 두 번 확인한 일입니다. 기준금리와 환율은 반대로 움직일까에서는 한국은행의 최근 다섯 번의 결정 모두 당일 환율 변화가 7원 안쪽이었고 그중 두 번은 방향까지 공식과 반대였습니다. 한미 금리차란 무엇이고 역전되면 무슨 일이 생기나에서는 금리가 역전된 네 구간 모두 외국인 증권투자가 합계로는 순유입이었고, 주식만 떼어 보면 그중 세 번이 순유출이었습니다. 금리는 방향을 짐작하게 할 뿐 크기와 시점까지 정해주지는 않습니다.
2026년 8월 초에는 청산이 일어났는데도 2024년이 되풀이되지 않았습니다
개입은 엔을 사들이는 행위이므로 그 자체가 엔 강세를 만듭니다. 쌓인 숏과 엔 강세, 앞에서 본 두 가지가 2026년 7월 말에 다 갖춰졌던 셈입니다. 순매도는 7월 28일 기준 2조엔을 넘어 있었고, 엔은 개입 전날인 7월 30일 163.32엔에서 3영업일 뒤인 8월 4일 157.33엔으로 3.7% 강해졌습니다. 2024년 8월에 인상 당일부터 3영업일 동안 4.4% 강해진 것에 견줄 만한 속도입니다.
그리고 청산은 실제로 일어났습니다. 상품선물거래위원회 집계로 비상업용 순매도는 7월 28일 16만3412계약에서 8월 4일 4만5473계약으로 줄었습니다. 매도 계약과 순매도를 나눠 보면 매도 계약이 7만1982계약 줄고 매수 계약이 4만5957계약 늘어 만들어진 변화입니다. 한 주 감소분 11만7939계약은 순매도 기준으로 2024년에 가장 많이 줄었던 한 주의 6만2106계약보다 많습니다.
코스피도 반응했습니다. 8월 3일 하루에 5.12% 빠졌는데, 그날 아침까지 엔은 159.75엔에서 157.43엔으로 1.45% 강해져 있었습니다. 쌓인 숏 위에 엔 강세가 얹힌 채로 장이 열린 것입니다. 자산이 팔리고 엔이 사들여지는 청산의 모습입니다. 다만 이 하루가 놓인 자리를 함께 봐야 합니다. 직전 거래일인 개입 당일 코스피는 5,593.56에서 6,595.45로 17.91% 올랐는데 1995년 이후 일별 자료에서 가장 큰 하루 상승이고, 그 이틀을 묶으면 오히려 11.87% 오른 되돌림 구간입니다.
그리고 거기까지였습니다. 2024년 8월 5일의 8.77% 같은 하루는 오지 않았고, 8월 4일과 5일에는 각각 1.62%와 3.76% 올랐습니다.
무엇이 달랐는지 이 글의 자료로는 가릴 수 없습니다. 다만 두 시장이 서 있던 자리는 달랐습니다. 2024년에는 그해 7월 코스피의 최대 일간 낙폭이 1.74%일 만큼 조용하던 시장에 검은 월요일이 왔습니다. 2026년 7월은 5% 넘게 빠진 날이 일곱 번 있었고, 6월 말 8,476.48에서 7월 30일 5,593.56으로 한 달 만에 지수가 34% 내린 뒤였습니다. 시장이 이미 지쳐 있었다는 진단은 당시 기사에도 있습니다. 머니투데이 7월 28일 자에서 김석환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코스피가 고점 대비 34% 하락했고, 코스피와 코스닥 연간 사이드카 발동 횟수가 역대 최고기록을 경신했다 (새 창에서 열림)고 짚었습니다. 인용문의 34%는 고점에서 잰 값이라 앞의 한 달 낙폭과는 자가 다른데, 공교롭게 숫자가 같습니다.
이 구간이 보여주는 것은 하나입니다. 청산이 시작되려면 쌓인 숏과 엔 강세가 둘 다 필요하지만, 시작된 청산이 얼마나 크게 번질지는 다른 문제입니다.
폭락이 오면 청산인지 어떻게 구분하나
독자에게 실제로 필요한 것은 전망이 아니라 구분법이라고 봅니다. 청산이면 자산의 가치와 무관하게 팔리고, 다른 이유면 그 이유를 따로 봐야 하기 때문입니다.
구분의 단서는 정의 안에 있습니다. 청산은 빌린 엔을 갚는 과정이고, 갚으려면 시장에서 엔을 사들이게 됩니다. 그 매수가 한꺼번에 몰리면 엔이 강해집니다. 엔 매수는 국제시장에서 밤낮없이 일어나므로, 재는 자는 위 Callout대로 폭락한 날 아침까지 엔이 강해져 있었는가입니다. 코스피가 크게 빠진 날 아침까지 엔이 강해져 있지 않았다면 그날의 매도는 청산에서 나온 것이 아닙니다. 청산이라 부를 만한 매수라면 흔적이 뚜렷해서, 2024년 8월 5일 아침까지는 엔이 하루 새 2% 가까이, 2026년 8월 3일 아침까지는 1.45% 강해져 있었습니다. 0.1~0.2% 수준은 이 기준에서 제자리로 봅니다.
올해 가장 크게 빠진 두 날과, 유일하게 청산이 확인되는 한 날에 이 기준을 대보면 이렇습니다.
| 날짜 | 코스피 | 엔/달러 (당일 아침까지) | 판정 |
|---|---|---|---|
| 2026년 3월 4일 | -12.06% | 157.33 → 157.60 (제자리) | 청산 아님 |
| 2026년 7월 28일 | -10.84% | 163.69 → 163.73 (제자리) | 청산 아님 |
| 2026년 8월 3일 | -5.12% | 159.75 → 157.43 (엔 1.45% 강세) | 청산 |
3월 4일은 코스피와 코스닥에 동시에 서킷브레이커가 걸린 역대 네 번째 날이었습니다. 머니투데이는 그날 미국과 이란의 전쟁 발발로 중동발 리스크가 커지면서 (새 창에서 열림) 두 시장이 함께 멈췄고 환율과 유가 급등에 따른 인플레이션 우려가 겹쳤다고 적었습니다. 엔은 그날 아침까지 강해지지 않았고(0.2% 안쪽의 제자리) 원/달러는 아침 고시 기준 1,435.40원에서 1,464.50원으로 올라 있었습니다.
7월 28일은 더 헷갈리는 사례입니다. 청산 우려가 실제로 언론에 돌던 시기였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머니투데이가 그날 든 원인은 중국 시장에 상장한 창신메모리(CXMT) 주가가 465%대 폭등하며 국내 반도체주 수급 우려로 투자심리가 얼어붙으면서 (새 창에서 열림)였습니다. 폭락일 아침까지도 엔은 강해지지 않았고(163.69 → 163.73), 다음 날 아침에는 오히려 연중 가장 약한 163.86엔을 찍었습니다. 엔을 사려는 힘이 몰렸다면 나올 수 없는 숫자입니다. 엔이 급하게 강해진 것은 폭락이 끝난 뒤인 31일, 개입이 있던 날이었습니다.
같은 기준을 2026년 6월 23일에도 대볼 수 있습니다. 그날 코스피는 9,114.55에서 8,203.84로 9.99% 빠졌는데 엔/달러는 그날 아침까지 161.43엔에서 161.57엔으로 거의 움직이지 않았습니다. 역시 청산이 아닙니다.
올해 코스피가 5% 넘게 빠진 날은 열여덟 번인데, 그 가운데 엔이 뚜렷하게 강해진 날은 앞에서 본 8월 3일 하나입니다. 나머지 열일곱 번은 엔이 약해졌거나 0.2%도 움직이지 않았습니다. 가장 크게 빠진 날일수록 청산일 것 같지만 실제로는 반대였던 셈입니다. 참고로 3월 4일은 한국은행 일별 주가지수 자료가 시작되는 1995년 이후 낙폭이 가장 컸던 날이지만, 2위인 2001년 9월 12일과 0.04%포인트 차이라 기준이 바뀌면 순서도 바뀝니다.
저는 3월 4일 그 폭락장에서 팔지 않고 버텼습니다. 그것이 옳은 선택이었다고 말하려는 것은 아닙니다. 구분이 필요한 이유는 원인마다 다음에 볼 것이 다르기 때문입니다. 청산이라면 팔리는 이유가 개별 기업과 무관하니 기업의 실적을 들여다봐야 소용이 없고, 업황이 꺾인 것이라면 반대로 기업 쪽을 봐야 합니다. 전쟁처럼 바깥에서 온 충격이라면 볼 것은 그 사건이 언제 가라앉느냐입니다.
한국 투자자가 실제로 볼 것
정리하면 세 가지를 순서대로 보면 됩니다.
첫째는 그날의 엔/달러입니다. 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에서 주요국 통화의 대미달러환율로 일별 값을 받을 수 있습니다. 아침 고시값이므로 빠진 날의 값과 그 전날 값을 비교하면 개장 전까지 엔이 강해져 있었는지가 나옵니다. 그것이 첫 갈림길이고, 강해져 있지 않았다면 원인은 다른 곳에 있습니다.
둘째는 쌓여 있는 포지션입니다. 미국 상품선물거래위원회의 주간 보고서에 엔화 투기적 순포지션이 나옵니다. 순매도가 두껍게 쌓여 있으면 되감길 것이 많다는 뜻입니다. 다만 2026년 6월에는 두꺼운 채로 청산이 일어나지 않았고, 8월 초에는 실제로 되감겼는데도 낙폭이 하루 5%대에 그쳤습니다. 조건이 갖춰졌는지를 보는 지표이지 시점이나 크기를 알려주는 지표가 아닙니다.
셋째는 원화입니다. 엔이 강해질 때 원화가 함께 강해지면 달러 쪽 사정이고, 엔만 강해지고 원화가 약해지면 한국 시장에서 돈이 빠지는 쪽에 가깝습니다. 2024년 8월 5일이 뒤쪽이었습니다. 검은 월요일 아침까지 하루 사이 엔/달러는 149.17엔에서 146.25엔으로 내려 엔이 2% 가까이 강해졌는데, 같은 사이 원/달러는 1,365.90원에서 1,372.80원으로 올랐습니다. 외국인 매도가 원화에 어떻게 얹히는지는 환율이 오르면 외국인은 왜 한국 주식을 파는가에서, 그 매도를 숫자로 확인하는 방법은 외국인 수급 보는 법에서 다뤘습니다.
다음 폭락이 언제 올지는 알 수 없습니다. 다만 그날 엔/달러를 확인하는 데는 몇 초면 충분하고, 엔이 움직이지 않았다면 원인을 엉뚱한 곳에서 찾느라 쓸 시간을 아낄 수 있습니다.
참고 자료
- https://biz.heraldcorp.com/article/10831980 (새 창에서 열림)
- https://biz.heraldcorp.com/article/10837162 (새 창에서 열림)
- https://biz.heraldcorp.com/article/10842505 (새 창에서 열림)
- https://www.mt.co.kr/world/2026/08/18/2026081807514151282 (새 창에서 열림)
- https://www.mt.co.kr/world/2026/07/31/2026073111170867451 (새 창에서 열림)
- https://www.mt.co.kr/stock/2026/08/05/2026080515001117727 (새 창에서 열림)
- https://www.mt.co.kr/stock/2026/07/28/2026072810375040625 (새 창에서 열림)
- https://www.mt.co.kr/stock/2026/03/04/2026030411404835941 (새 창에서 열림)
- https://www.cftc.gov/MarketReports/CommitmentsofTraders/index.htm (새 창에서 열림)